AI를 공장에 붙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스탠포드 4학년 학생의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있다고 해서, 울산 공장에 투입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학생을 데려다 놓는다고 해도 30년 경력의 기술자가 직면한 현장의 문제 앞에서는 좌절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제조업 분야에서는 AI를 어떻게 써야할까요. 학계와 산업계, 그리고 정부의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대한민국 AI 정책 포럼’에서 논의한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AI를 가로막는 현실적인 문제들
이종석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제조 AI 상황에 대해 먼저 정리했습니다. 이 교수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특정 산업에 맞춰 개발되는 각개 전투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제조 AI를 위한 통합적 솔루션이나 프로그램이 부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조업에 AI를 접목하길 원하지만, 어떤 데이터를 다뤄야 할지, 또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만의 답을 찾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이 교수는 "중국이나 독일의 연구자들도 아직 해결책을 모색 중인 것 같다."면서 다른 제조업 강국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강감찬 산업부 산업정책관은 제조업 AI 도입의 핵심 문제로 데이터 이슈를 지적했습니다. 제조업 데이터는 기업의 영업 비밀이라 공개가 어렵지만, 단일 기업의 데이터만으로는 완전한 모델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강감찬 정책관은 "AI를 필요로 하는 제조 기업군과 AI 솔루션 제공 기업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러한 기회 확산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확산시킬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제조업에 AI를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을까요? 마키나락스 윤성호 대표는 기업들이 AI를 도입할 때 하는 실수가 "너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ROI 관점에서 적게 투자하고 높은 리턴을 얻는 방법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매우 복잡한 문제부터 해결하려 합니다. AI 확산을 가속화하려면 낮은 난이도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 표현으로 '소확행'이죠. 적은 투자로 확실한 리턴을 얻을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면, 표준화되지 않은 주문서를 범용 AI로 특화시키는 것과 같이 작은 일이지만 확실한 생산성 향상이 보장되는 일을 먼저 찾자는 것입니다. 이어서 HD현대 AI센터 김영옥 CAIO는 "많은 기업들이 만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성되고, 공동 이익을 목표로 투자하며, 좋은 성과를 확산시키는 것”이 기업들의 ROI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첨언했습니다.
제조 현장 코드를 이해할 AI가 필요하다
데이터 문제 해결을 위해 오픈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HD현대 AI센터 김영옥 CAIO "제조 현장의 밸류체인 사각지대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제조 현장의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론화하고,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오픈 생태계 데이터를 공유해야 합니다.”라며 협력사부터 고객사까지 참여하는 오픈 생태계 구축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를 주문했습니다. 이종석 교수는 데이터 공유의 기술적 해결책으로 연합학습을 제시했습니다. 연합학습은 데이터 자체는 공유하지 않고, 학습 과정에서 필요한 수리적으로 요약된 정보만 공유하는 시스템입니다.
윤성호 대표는 제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AI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AI 적용 관점에서 IT와 OT(운영기술) 세계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IT 세계는 파이썬, 자바, C++ 코드가 기반이지만, 제조 현장은 100% PLC 코드로 운영됩니다. 윤 대표는 “PLC 코드를 해석하고 생성할 수 있는 AI는 많지 않습니다. 제조 AI 적용에는 제조 현장의 OT 영역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관리할 것인지, 여기에 맞는 AI를 어떻게 특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은 선택과 집중
제조 AI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윤성호 대표는 "올림픽으로 비유하면 종합 우승보다는 양궁이나 스케이트처럼 강점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며 앞으로 제조 AI 기술을 가진 경쟁력 있는 회사에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습니다. 제조업에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ROI 접근법, 데이터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적·정책적 노력, 그리고 제조업 특화 AI 개발이 필요합니다.
“제조 AI를 통한 한국의 성공스토리 창출”을 주제로 한 두 번째 패널 토론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 간 파트너십 활성화, 그리고 "소확행" 전략을 통한 점진적 성공 사례 확보가 한국 제조업의 AI 혁신을 이끌어나갈 핵심 요소로 꼽혔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나요?
이 글이 흥미로웠다면 제가 직접 쓰고 만드는
AI 안테나 뉴스레터도도 재밌을 거예요!
매주 수요일마다 주요 AI 소식과 인사이트를
메일함에 넣어드립니다.
AI 안테나에서 또 만나요.
https://eddienewsletter.stibee.com/
AI안테나
인공지능과 함께 만드는 AI 뉴스
eddienewsletter.stibee.com
'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에 부족한 GPU, 어떻게 확보하고 무엇이 더 필요하나 (0) | 2025.05.11 |
---|---|
한국에 필요한 AI 인재? "제조업에 AI를 접목할 수 있는 사람" (0) | 2025.05.09 |
대한민국 AI 정책 포럼 현장 후기 (0) | 2025.05.09 |
도메인을 잊지마라! 포럼 취재 짧은 후기 (0) | 2025.04.05 |
AI 스타트업 투자 심사역들이 말하는 '우리는 이런 기업에 투자한다' (0) | 2025.04.02 |